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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본문읽기

    1   내가 여호와께 피하였거늘 너희가 내 영혼에게 새 같이 네 산으로 도망하라 함은 어찌함인가
    2   악인이 활을 당기고 화살을 시위에 먹임이여 마음이 바른 자를 어두운 데서 쏘려 하는도다
    3   터가 무너지면 의인이 무엇을 하랴


    4   여호와께서는 그의 성전에 계시고 여호와의 보좌는 하늘에 있음이여 그의 눈이 인생을 통촉하시고 그의 안목이 그들을 감찰하시도다
    5   여호와는 의인을 감찰하시고 악인과 폭력을 좋아하는 자를 마음에 미워하시도다
    6   악인에게 그물을 던지시리니 불과 유황과 태우는 바람이 그들의 잔의 소득이 되리로다


    7   여호와는 의로우사 의로운 일을 좋아하시나니 정직한 자는 그의 얼굴을 뵈오리로다


    1. 본문의 특징

    1) 표제

    • “다윗의 시, 인도자를 따라 부르는 노래”
      다윗이 개인적 혹은 공동체적 위기 속에서 하나님을 신뢰하며 부른 찬송시입니다. 인도자를 따라 부른다는 말은 예배 공동체에서 사용되었음을 암시합니다. 즉, 개인의 신앙고백이면서 동시에 회중의 신앙 고백으로 드려질 수 있었습니다.

    2) 문학적 장르와 구조

    • 신뢰시(Confession of Trust) 형식입니다. 시편의 전형적인 탄원처럼 시작하지 않고, 곧바로 “내가 여호와께 피하였다”(1절)라는 신앙고백으로 시작합니다.
    • 구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위기의 현실과 인간적 조언 (1-3절)
      하나님의 보좌와 감찰 (4-5절)
      악인 심판과 의인의 보상 (6-7절)
    • 시적 긴장은 인간의 불안한 조언(도망하라)과 하나님에 대한 신뢰(그의 보좌는 하늘에 있다) 사이의 대조에서 나타납니다.

    3) 신학적 주제

    • 피난처 되시는 하나님: 신자는 위기의 순간 도망하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 안에 피난합니다.
    • 하나님의 보좌: 인간의 터가 무너져도 하나님의 보좌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 하나님의 감찰: 하나님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시며, 의인과 악인을 구별하십니다.
    • 종말론적 심판: 악인에게는 불과 유황의 형벌이, 의인에게는 하나님의 얼굴을 뵈는 영광이 주어집니다.

    2. 본문 구조와 요약

    (1) 신뢰의 고백과 인간적 조언의 거절 (1-3절)

    • 다윗은 “내가 여호와께 피하였거늘”(1절)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새같이 산으로 도망하라”고 말합니다. 이는 인간적인 생존 본능에 따른 조언입니다.
    • 2절에서 악인은 활시위를 당기고 의인을 향해 화살을 겨누고 있습니다.
      세상이 어두워지고 의인이 공격받는 현실은 분명합니다.
    • 3절은 시편 11편의 중요한 구절입니다.
      “터가 무너지면 의인이 무엇을 하랴”
      여기서 “터”(기초, 체제, foundations)는 사회적·도덕적 질서, 정의의 기반을 의미합니다. 악인의 횡포로 사회의 기초가 흔들린다면, 의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인간적 대책이 아니라 하나님께 피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2) 하나님의 보좌와 감찰 (4-5절)

    • 4절: “여호와께서는 그의 성전에 계시고… 그의 보좌는 하늘에 있음이여”
      사회의 터가 흔들려도 하나님의 보좌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성전(지상에서 임재를 상징)과 하늘 보좌(우주적 통치)를 통해 초월과 내재를 동시에 드러내십니다.
    • “그의 눈이 인생을 통촉하시고 그의 안목이 그들을 감찰하시도다” → 하나님은 멀리 계시는 분이 아니라, 인생을 날카롭게 살피시는 재판관입니다.
    • 5절: 여호와는 의인을 감찰하시고, 폭력을 좋아하는 자는 미워하십니다.
      하나님의 감찰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심판적 분별을 포함합니다.

    (3) 악인의 심판과 의인의 보상 (6-7절)

    • 6절: 악인에게는 불과 유황, 그리고 태우는 바람이 던져집니다. 이는 소돔과 고모라의 심판(창 19:24)을 연상시키는 표현입니다. 하나님의 불심판은 전적인 멸망을 상징합니다.
    • 7절: 반대로 하나님은 의로우사 의로운 일을 사랑하십니다. 그 결과, “정직한 자는 그의 얼굴을 뵈오리로다”라는 선언으로 시편이 마무리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현세적 보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하나님과의 교제와 임재의 누림을 가리킵니다. 신약적 언어로는 ‘하나님을 본다’(마 5:8)라는 복에 해당합니다.

    3. 신학적·목회적 정리

    1. 믿음과 두려움의 대조
      인간의 눈에는 악인이 활을 당기고 화살을 준비하는 것에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신자는 하나님께 피해야 합니다.
      개혁주의 신앙은 하나님 중심의 신뢰를 강조합니다. 환경이 아니라 하나님의 보좌를 바라보는 것이 믿음입니다.
    2. 터가 무너질 때 신자의 태도
      오늘날 사회 정의와 도덕의 기초가 흔들릴 때, 성도들은 깊은 무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눈에 보이는 터보다 더 견고한 보좌를 바라봅니다. 하나님의 보좌는 결코 무너지지 않기에, 신자는 절망 속에서도 소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3. 하나님의 성품: 의와 공의
      하나님은 의인을 감찰하시고, 폭력을 즐기는 자를 미워하십니다(5절).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은 중립적인 관찰자가 아니라, 도덕적 평가자이시며, 악을 미워하시는 거룩한 분이시라는 것입니다.
      이는 현대의 “모든 종교와 삶을 그냥 허용하는 관용”과는 다른, 성경적 하나님의 정의로운 성품을 보여줍니다.
    4. 악인과 의인의 종말
      악인의 최후는 불과 유황(멸망)이고, 의인의 최후는 하나님의 얼굴을 뵙는 것(구원과 친교)입니다.
      이는 종말론적 대비이며, 신자의 궁극적 소망은 하나님과의 교제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5. 목회적 적용
      • 신자는 현실에서 불의가 번성할 때, 단순히 도망가거나 체념하지 말고 하나님께 피해야 합니다.
      • 사회의 기초가 흔들릴 때도 하나님의 보좌는 흔들리지 않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 악을 미워하시는 하나님의 성품을 붙잡고, 의로운 삶을 추구해야 합니다.
      • 궁극적인 보상은 하나님 자신을 보는 것이며, 이는 모든 성도의 참된 소망입니다.

    결론

    시편 11편은 현실의 불의와 위협 속에서 신자가 어디로 피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산으로 도망가라고 하지만, 시인은 여호와께 피했다고 고백합니다.
    세상의 기초가 무너져도 하나님의 보좌는 하늘에 견고히 서 있으며, 그분은 악인을 미워하시고 의인을 사랑하십니다.
    악인의 최후는 멸망, 의인의 최후는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입니다.

    따라서 시편 11편은 신자에게 이렇게 외칩니다.
    “터가 무너져도 흔들리지 않는 보좌를 바라보라. 의인은 하나님의 얼굴을 뵈올 것이다.”

    (송병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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