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본문읽기

    1   여호와여 어찌하여 멀리 서시며 어찌하여 환난 때에 숨으시나이까
    2   악한 자가 교만하여 가련한 자를 심히 압박하오니 그들이 자기가 베푼 꾀에 빠지게 하소서
    3   악인은 그의 마음의 욕심을 자랑하며 탐욕을 부리는 자는 여호와를 배반하여 멸시하나이다


    4   악인은 그의 교만한 얼굴로 말하기를 여호와께서 이를 감찰하지 아니하신다 하며 그의 모든 사상에 하나님이 없다 하나이다
    5   그의 길은 언제든지 견고하고 주의 심판은 높아서 그에게 미치지 못하오니 그는 그의 모든 대적들을 멸시하며
    6   그의 마음에 이르기를 나는 흔들리지 아니하며 대대로 환난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하나이다


    7   그의 입에는 저주와 거짓과 포악이 충만하며 그의 혀 밑에는 잔해와 죄악이 있나이다
    8   그가 마을 구석진 곳에 앉으며 그 은밀한 곳에서 무죄한 자를 죽이며 그의 눈은 가련한 자를 엿보나이다
    9   사자가 자기의 굴에 엎드림 같이 그가 은밀한 곳에 엎드려 가련한 자를 잡으려고 기다리며 자기 그물을 끌어당겨 가련한 자를 잡나이다


    10   그가 구푸려 엎드리니 그의 포악으로 말미암아 가련한 자들이 넘어지나이다
    11   그가 그의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잊으셨고 그의 얼굴을 가리셨으니 영원히 보지 아니하시리라 하나이다
    12   여호와여 일어나옵소서 하나님이여 손을 드옵소서 가난한 자들을 잊지 마옵소서


    13   어찌하여 악인이 하나님을 멸시하여 그의 마음에 이르기를 주는 감찰하지 아니하리라 하나이까
    14   주께서는 보셨나이다 주는 재앙과 원한을 감찰하시고 주의 손으로 갚으려 하시오니 외로운 자가 주를 의지하나이다 주는 벌써부터 고아를 도우시는 이시니이다
    15   악인의 팔을 꺾으소서 악한 자의 악을 더 이상 찾아낼 수 없을 때까지 찾으소서


    16   여호와께서는 영원무궁하도록 왕이시니 이방 나라들이 주의 땅에서 멸망하였나이다
    17   여호와여 주는 겸손한 자의 소원을 들으셨사오니 그들의 마음을 준비하시며 귀를 기울여 들으시고
    18   고아와 압제 당하는 자를 위하여 심판하사 세상에 속한 자가 다시는 위협하지 못하게 하시리이다


    1. 본문의 특징

    1) 표제와 배경

    • 시편 10편은 표제가 없습니다. 고대 사본과 70인역(Septuagint)에서는 시편 9편과 10편을 하나의 시로 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두 시편이 히브리 알파벳 시(아크로스틱) 구조로 연결된 흔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제 전개가 달라 개별 시편으로 다뤄집니다.
    • 시편 9편이 주로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과 찬양을 노래했다면, 시편 10편은 악인의 교만과 포악함 그리고 하나님의 침묵처럼 보이는 상황 속의 탄원이 주된 내용입니다.
    • 역사적 배경은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으나, 시인은 공동체 혹은 개인이 악인의 억압과 부당한 폭력 속에서 하나님의 개입을 간구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2) 문학적 특징

    • 탄원시(Lament Psalm) 형식을 띱니다. 하나님께서 왜 멀리 계시는지(1절)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악인의 특징을 묘사하고(2-11절), 마지막에는 하나님의 개입과 구원, 심판을 간구하는 구조입니다.
    • 악인의 행위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돋보입니다. 언어의 강도가 높고, 구체적인 범죄 수법(은밀한 매복, 사자의 습격, 거짓말, 포악함 등)이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 시편 10편의 독특한 긴장감은 하나님의 침묵악인의 활개 사이의 대비에서 옵니다.
    • 시적 평행법이 많이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7절은 “저주와 거짓과 포악” / “잔해와 죄악”의 두 구절이 서로 의미를 확장하는 유사 평행법입니다.

    3) 신학적 주제

    • 하나님의 섭리와 침묵: 하나님이 멀리 서 계신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악을 감찰하시고 갚으시는 분이심을 강조합니다.
    • 악인의 특징: 교만, 하나님 부인, 약자 착취, 거짓, 폭력, 은밀한 계략, 자기 확신(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믿음).
    • 하나님의 정의와 보호: 고아와 압제당하는 자를 위한 심판, 겸손한 자의 소원 들으심.
    • 하나님의 왕권: 여호와께서 영원히 왕이시며, 악인의 영향력은 영원하지 않음.

    2. 본문 구조와 요약

    (1) 하나님의 침묵에 대한 탄식 (1절)

    시인은 “여호와여 어찌하여 멀리 서시며… 숨으시나이까”라고 묻습니다. 이는 믿음 없는 절망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을 아는 신자가 상황과 하나님의 약속 사이의 괴리를 느낄 때 드리는 정직한 질문입니다.

    (2) 악인의 교만과 포악함 (2-11절)

    • 2절: 악인은 교만하여 가련한 자를 압박하고, 자기 꾀에 스스로 빠질 것이다.
    • 3-4절: 마음의 욕심을 자랑하고, 하나님을 부인하며, 하나님이 감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5-6절: 그의 길은 견고하며, 하나님의 심판이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자신은 흔들리지 않고 대대로 환난을 당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 7-10절: 그의 입에는 저주·거짓·포악이 있고, 마을 구석에서 무죄한 자를 죽이며, 사자처럼 숨어 약자를 잡는다.
      → 여기서 “사자”의 이미지는 고대 근동에서 포식자의 교활함과 힘을 상징합니다.
    • 11절: 그는 하나님이 잊으셨고, 얼굴을 가리셨으며, 영원히 보지 않으실 것이라고 마음에 말한다.

    (3) 하나님의 개입을 간구 (12-15절)

    • 12절: “여호와여 일어나옵소서”라는 간절한 부름. 가난한 자를 잊지 말아 달라는 호소.
    • 13-14절: 악인이 하나님을 멸시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감찰을 부인하기 때문. 그러나 시인은 “주께서는 보셨나이다”라고 확신합니다. 하나님은 재앙과 원한을 감찰하시고, 고아를 도우시는 분입니다.
    • 15절: 악인의 팔을 꺾으시고, 그의 악을 찾아내어 없애 달라는 강한 심판의 요청.

    (4) 하나님의 왕권 선포와 결론 (16-18절)

    • 16절: 여호와는 영원무궁토록 왕이시며, 이방 나라들이 주의 땅에서 멸망한다.
    • 17절: 하나님은 겸손한 자의 소원을 들으시고, 마음을 준비시키시며 귀를 기울이신다.
    • 18절: 고아와 압제당하는 자를 심판하셔서 세속 권세가 다시는 위협하지 못하게 하실 것이다.

    3. 신학적·목회적 정리

    1. 하나님의 침묵은 부재가 아니다
      시편 10편은 믿음의 사람도 하나님의 침묵을 경험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침묵 속에서도 하나님은 ‘보시고’ ‘감찰하시는’ 분입니다(14절). 개혁주의 신학은 하나님의 섭리가 전 우주를 다스린다고 가르칩니다. 하나님의 침묵은 우리의 시간표와 하나님의 시간표가 다름을 의미합니다.
    2. 악인의 특징과 심판
      시편 10편의 악인은 단순히 도덕적으로 나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자입니다(4절, 11절). 하나님 부인은 곧 인간 중심의 교만과 자기 신격화로 이어집니다. 그 결과는 약자를 억압하고, 거짓과 폭력으로 사회를 어지럽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그들이 반드시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15절).
    3. 하나님의 왕권과 정의
      “여호와께서는 영원무궁토록 왕이시니”(16절)는 시편 10편의 신학적 절정입니다. 하나님의 왕권은 영원하며, 세상의 악과 권세는 일시적입니다. 약자와 고아를 위한 하나님의 심판은 하나님의 왕권이 실제 역사 속에서 나타나는 방식입니다.
    4. 약자를 위한 하나님의 마음
      시인은 하나님을 “고아를 도우시는 이”(14절)로 고백합니다. 이는 성경 전체에서 반복되는 주제입니다(출 22:22, 신 10:18, 약 1:27). 개혁주의 복음주의 목회에서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사명은 하나님의 성품을 반영하는 행위입니다.
    5. 탄원과 찬양의 통합
      시편 10편은 시작과 끝이 대조됩니다. 시작은 탄식(1절)으로, 끝은 확신과 찬양(16-18절)으로 마무리됩니다. 참된 기도는 현실의 고통을 숨기지 않지만, 하나님의 성품과 약속을 붙잡고 나아갑니다.

    결론

    시편 10편은 하나님의 침묵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악인이 활개칠 때, 신자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 답은 두 가지입니다.

    1. 악인의 실체를 하나님 앞에 고백하고, 정의로운 심판을 간구하는 것.
    2. 하나님의 성품과 왕권을 신뢰하며, 약자를 향한 하나님의 변함없는 마음을 붙잡는 것.

    오늘날 성도는 세상의 불의와 교만을 보며 낙심하기 쉽지만, 시편 10편은 “주께서는 보셨나이다”(14절)라는 믿음의 선언으로 우리의 기도를 이끌어 갑니다.

    (송병민목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