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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론

    로마서 1장에서 바울은 명백히 드러나는 죄악을 지적하며 이방인의 죄를 조명했습니다. 그러나 2장으로 넘어오면, 바울은 정죄의 화살을 도덕적 우월감을 가진 유대인에게로 향하게 합니다. 여기에는 “판단하는 자”라는 일반적 표현을 사용하면서, 겉으로는 바르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똑같은 죄에 빠진 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경고가 담겨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하나님의 진노가 불의한 자뿐 아니라,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오해하고 계속해서 죄를 짓는 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임한다는 진리를 강조합니다. 우리는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이 본문을 살펴보며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본론

    1. 정죄하는 자는 스스로 자신을 정죄하고 있다

    바울은 본문 1절에서 "οἱ κρίνων" (판단하는 자)이 결국 동일한 일을 행함으로 "자기 자신을 정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κρίνω"는 ‘판단하다’, ‘심판하다’는 뜻을 가진 헬라어로, 본래는 판결을 내리거나 선악을 판단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 구절에서는 오만한 비난과 자기 의에 빠진 태도를 의미합니다.

     

    이 말은 단순히 남을 지적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문제는 자신도 같은 죄를 범하면서도 상대만을 정죄하는 위선에 있습니다. 바울은 2절에서 하나님의 심판은 “진리대로”(κατὰ ἀλήθειαν) 행해지며, 사람의 겉모습이나 인간이 내세우는 의로움을 기준 삼지 않습니다.

     

    타인을 정죄하는 자는 하나님의 공의 앞에 동일한 기준으로 심판받습니다. 위선적인 정죄는 결국 자기 심판입니다.

     

    🔍 적용: 교회 안에서, 또는 신앙생활 중에 우리는 다른 이의 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정작 자신의 죄는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님의 시선은 외적인 의보다 내면의 진실함을 보십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겸손함이 회개의 첫걸음입니다.


    2.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멸시하지 말라

    바울은 4절에서 매우 중요한 영적 원리를 드러냅니다. 하나님께서 “부요하신 인자하심”(πλοῦτος τῆς χρηστότητος), “용납하심”(ἀνοχῆς), “오래 참으심”(μακροθυμίας)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단순히 심판을 유예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회개로 이끄시기 위한 하나님의 선한 의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은혜의 기간을 오히려 ‘멸시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καταφρονεῖς”는 ‘가볍게 여기다’, ‘무시하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회개의 기회로 여기지 않고, 죄를 지속할 수 있는 유예 기간으로 오해한 것입니다.

     

    5절에서는 이들이 결국 “진노의 날에 진노를 쌓는다”고 경고합니다. 이 진노는 헬라어로 "ὀργή"이며, 하나님의 거룩한 분노, 의로운 심판을 의미합니다. 회개하지 않은 마음은 마치 저축 통장처럼, 진노를 매일매일 쌓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인자하심은 심판의 연기가 아니라 회개의 기회입니다. 그 기회를 무시하면 더 큰 진노를 쌓게 됩니다.

     

    🔍 적용: 우리는 종종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무조건적인 용서'로 착각합니다. 하지만 그분의 인자하심은 우리를 변화시키기 위한 시간입니다. 회개의 문이 열려 있을 때 그 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3. 하나님은 각 사람의 행위대로 보응하신다

    6절은 로마서 전체에서도 매우 핵심적인 구절 중 하나입니다. 하나님은 “ἑκάστῳ… κατὰ τὰ ἔργα αὐτοῦ” 즉, ‘각 사람에게 그의 행위대로’ 보응하십니다. 이는 구원의 조건으로서의 행위가 아니라, 믿음의 열매로서 나타나는 삶의 방향과 태도를 의미합니다.

     

    7절에서는 “영광과 존귀와 썩지 아니함을 구하는 자”(ἀγαθοποιΐας)에게 영생이 주어진다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선한 일’을 넘어서, 하나님의 뜻을 따르고자 하는 삶의 방향성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8절에서는 “당을 지으며 진리를 따르지 아니하고 불의를 따르는 자”(ἐξ ἐριθείας… τῇ ἀδικίᾳ πειθομένοις)는 진노와 심판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 표현은 단순히 ‘죄를 지었다’는 것을 넘어서, 계속해서 불의의 길을 선택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정확하며, 우리의 마음과 행위 모두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회개 없는 삶은 반드시 심판을 통해서 형벌을 받습니다.

     

    🔍 적용: 믿음은 반드시 삶으로 드러납니다. 우리는 행위로 구원받지는 않지만, 구원받은 자는 선한 행위를 나타내게 됩니다. 우리의 삶이 회개의 열매를 맺고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결론

    회개는 선택이 아니라 생명의 길이다

    하나님은 오래 참으십니다. 인자하시고, 용납하시며, 다시 기회를 주시는 분이십니다. 하지만 그 인자하심을 멸시하고 회개하지 않는 자에게는 마침내 “진노의 날”이 임할 것입니다. 이것은 율법주의나 공포심이 아니라, 복음의 진지한 경고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해 진노에서 구원받았으며, 그 은혜 안에서 새로운 삶을 살도록 부름받았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지셨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진노의 대상이 아니라 은혜의 수혜자입니다. 그러나 이 은혜가 값싼 은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마무리 기도

    "인자하시고 오래 참으시는 하나님 아버지, 저희가 그 인자하심을 가볍게 여기지 않게 하시고, 지금 주어진 회개의 기회를 붙잡게 하소서. 겉모습만 경건한 신앙인이 아니라, 참된 회개의 열매를 맺는 삶을 살게 하소서. 그리스도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않고 날마다 복음에 합당하게 살아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송병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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